배철수 / 리눅스월드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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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트 리눅스 필자가 처음 사용한 리눅스 배포본은 슬랙웨어 였다. 설치 과정이 단순하고 설정도 쉬워 처음 리눅스를 배울 때는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리눅스는 수시로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므로 업그레이드가 중요한데 슬랙웨어는 패키지 관리 툴이나 의존성 문제 검사 미비로 업그레이드에 어려움이 있어 다음에 사용한게 데비안이었다. 데비안은 1.0 시절부터 사용했는데 당시에는 데비안 CD를 국내에서 구할 수도 없었고 CD Writer도 무척 고가여서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하드에 저장한 후 하드를 들고 다니면서 설치했었다. 그러다 John Maddog 씨가 가져왔던 리눅스 저널에서 만든 1.2 버전 CD를 받고서 최근까지도 이 CD를 사용했었다. 데비안을 처음 사용해 본 사람들이 가장 많이 지적하는 사항은 설치 절차가 복잡하다는 것이다. 다음이 의존성 검사가 너무 까다롭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래 사용해보면 이것이 오히려 장점일 수도 있다. 절차가 복잡하다는 단점은 세밀한 지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데비안은 50 메가의 하드에도 간단히 설치할 수 있다. 레드햇이라면 50 메가 하드에 설치를 시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의존성 검사가 까다롭다는 건 그 만큼 사용시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없다 즉 안정성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필자가 설치한 데비안 서버 중 3년전 목포 넝쿨에 설치한 PPP 서버는 지금까지 단 한번의 서비스 중단도 없이 운영되고 있다. 멀티포트(32포트)가 3개에 모뎀이 수 십 개 연결돼 있고 PPP 서비스를 제공하므로 1년 내내 켜 있어야 하며 하루에도 수백회의 PPP 접속이 있는데도 단 한번의 에러도 발생하지 않았다. UPS도 1 년 전에야 설치했다. 여기에 사용한 데비안이 Maddog씨가 가져온 데비안 1.2 이다. (주)유니워크(http://www.uniwork.co.kr)에서 이번에 발표한 제스트 리눅스는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데비안 기반의 한글 배포본이다. 데비안은 리눅서들이 만드는 비 상용 배포본이며 누구든 CD를 제작해 사용 및 판매할 수 있다. 그런데 유니워크에서는 데비안에 들어 있는 설치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고 X-Window 기반에서 한글 메뉴 방식의 독자 설치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 즉 패키지 관리만 데비안의 .deb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을 뿐 독자적인 배포본이다. 코렐사의 배포본도 이와 같다고 들었다. 이것만으로도 제스트 리눅스 개발은 큰 의미가 있다. 국내의 자칭 리눅스 전문업체에서 만드는 거의 대부분의 한글판 리눅스가 미국의 레드햇 배포본(다운로드 버전)을 인터넷에서 다운 받아 한글폰트를 추가하고 몇 개의 프로그램을 한글이 출력되도록 패치해서 만든 것이다. 안을 들여다 보면 설치 프로그램도 레드햇 사의 것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레드햇 이름과 로고만 지우고 거기에 자신의 상표를 넣었다.(리눅스의 다른 프로그램과는 달리 배포본에 들어 있는 설치프로그램은 저작권이 등록되어 있고 저작권 보호를 받는다.) 이건 개발이 아니라 표절이라고 부르는게 나을 것이다. 외국 노래에다 가사만 한글로 바꾼것과 같다. 법적으로야 문제가 없겠지만 별로 떳떳치는 못하다. 제스트 리눅스의 안정성이나 설치 프로그램의 성능에 대해 필자는 아직 평가하고 싶지 않다. 사용자 여러분의 평가에 맡기겠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부족한 점도 많고 버그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점들은 앞으로 새로운 버전이 나올 때 마다 꾸준히 개선되리라 믿는다. 제스트 리눅스가 조금 부족하다고 해도 다른 회사가 시도하지 않은 일을 처음으로 한 용기에 대해서는 찬사를 주고 싶다. 남의 것을 베껴서 모범답안을 만들어 선생님에게 제출해 칭찬을 받기 보다는 틀렸다고 매를 맞더라도 자기 스스로 문제를 풀어보는 것이 자신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